유쾌한 딜레마 여행


원서명:  The Pig that wants to be eaten
    : 줄리언 바지니(Julian Baggini)
   : 정지인
출판사: 한겨레출판사


  사고실험(Thought Experiment)을 통한 철학적 딜레마를 주제로 한 책이라는 말에 구입하여 읽게 되었다. 사고실험을 통해 단순하면서도 흥미로운 이야기형식으로 문제를 제시하고 여기에 저자의 견해와 해설을 곁들이면서 100가지의 주제를 다루고 있다.

책의 목적이 다소 난해한 철학적 논제들을 쉽게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때 그 목적은 달성한 듯 하다. 대체로 내용을 이해하는데 큰 문제는 없었다. 솔직히 개인적으로 일부 이해하지 못한 내용도 물론 있었다. 단점으로는 생각하기 나름이지만 철학적으로 의미 있는 고민을 하기에는 그 내용의 깊이가 부족하다고 생각된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틀에 박힌 생각이 아닌 새로운 사고의 전환이 될 수 있는 화두를 던져 주고 있다는 것이다.

  100가지의 이야기 논제를 나름대로 분류해 본다면 다음과 같은 주제로 나눌 수 있다. 완전한 분류는 아니나 대체로 이러한 주제들을 담고 있다.

* 윤리적 판단의 딜레마 문제
* 나 혹은 자아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
* 신의 존재를 주장하는 믿음에 대한 오류 문제
* 인간과 컴퓨터(또는 동물) 간의 존엄성에 대한 문제
* 개념의 논리적 딜레마 문제
* 잘못 형성되는 경험의 지식 문제
* 예술적 가치에 대한 평가 혹은 인식 문제
* 지각된 혹은 감각에 의해 인식된 대상의 실체에 대한 문제

책의 목차 만으로 그 내용을 어림짐작하기에는 대부분 불가능하다. 따라서 참고를 위해 책의 20개 주제에 대해 매우 간략히 요약해 보았다. 물론, 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더 중요한 사고실험 이야기들을 직접 확인해 보아야 하며 저자의 해설과 그 주장에 대해 고민해 보아야 한다.


1. 모든 것은 의심할 가치가 있다
   우리의 논리적 사고력은 모든 진지한 사유를 떠맡을 수 있는 기본이라고 받아들여야 한다. 비록 중립적 관점에서 판단하고 평가해야 하는 사고력으로부터 우리 자신을 분리할 수 없지만, 우리의 논리적 사고력에 결함이 있는지 우리 스스로 의심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러한 사고력으로 합리성을 입증하기에 충분할까, 아니면 취약한 상태로 그냥 방치해야 하는 걸까?

2. 클론의 정체성
 우리의 지속적 생존은 무엇에 달려 있는가? A지역에 있는 사람을 완전히 해체한 후 B지역에서 동일하게 복재하여 재구성한다면, A지역의 사람과 B지역의 사람을 동일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개인의 정체성에 대한심리적 연속성이론에는 직관적인 호소력이 있다. 그러나 완전히 동일하게 복제된 클론(인간)은 동일한 틀에서 찍어낸 동상처럼 똑같다는 관점에서는 동일하지만 여전히 별개의 존재들이다. 따라서 원인간(원본)과 복제된 인간(클론)이 동일 인종인가에 대한 물음은 잘못된 것이다. 단지심리적 연속성이 있는가? 없는가?의 질문만을 해야 한다.

3. 끈적끈적한 얼음
   경험에 의한 지식의 일반화는 일상적인 우리의 삶에 보편적으로 도움이 된다. 그러나 어떤 생각을 현재의 믿음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즉, 일반화된 지식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시하는 것은 옳지 않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이 특수한 경우에 오류를 범하는 대가를 지불함으로 보편적인 이득을 취하도록 하는 장치인가?

4. 디지털 외도
   외도가 현실에서 문제가 되는 이유는 복합적이지만 외도의 가장 큰 문제는 가장 소중한 관계가 멀어졌다는데 있다.

5. 잡아 먹히고 싶은 돼지
   채식주의 자들이 주장하는 동물의 복지에 관한 문제는 크게 두 가자 이다. 첫째는 동물을 수용하는 환경의 문제이고, 둘째는 도살 행위 자체로 동물의 존엄성을 해치는 문제이다. 첫째 문제는 해결가능하나 둘째 문제는 그렇지 않다. 그렇다면 만약, 의식이 없는 동물이 가능하다면 스스로의 생존에 존엄성을 염려하는 것이 불가능 하다면 잡아 먹히고 싶은 돼지처럼, 뇌가 없어서 의식이 없는 닭처럼 이 들을 도살하여 잡아 먹는 것은 윤리적 문제가 없지 않을까? 적어도 먹히고 싶지 않은 동물을 잡아 먹는 것보다는 낳다.

6. 확률의 속임수
   도박사의 오류

7. 최선의 선택
   내가 하지 않으면 다른 누군가가 할 것이다라는 말은 흔히 나쁜 행동에 대한 빈약한 합리화라고 여겨진다. 다른 누군가가 그 일을 하든 말든 관계 없이, 자신이 저지른 잘못에 대한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 그러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을 다했다면 윤리적으로 완벽해 보인다. 예를 들면 나는 군인이고 적국의 민간인을 강간하고 죽이라는 명령을 받았다. 만약 내가 이를 수행하지 않으면 나의 다른 동료가 더 심각하게 이들을 해치고 죽일 것이 분명하다. 또한 나는 명령 불복종이 된다. 그렇다면 차라리 내가 덜 피해를 주고 고통을 최소화 해서 죽여야 하는가? 두 관점에서 볼 수 있다. 첫째는 행동은 비난 받을 수 있으나 그 행동을 한 사람은 아무 잘 못이 없다. 둘째는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 할 수 없다. 무조건 잘못이다. 그러나 두 번째 관점의 경우 나는 도덕적으로 고상할 수 있으나 정녕 죽임을 당하는 사람도 이를 원할까?는 한 번쯤 생각해 보아야 한다.

8. 신이 선한 이유
   인간은 선과 악을 구분할 수 있다. 신이 선하다고 명령했기 때문에 선한것인가? 선한 것이라 신이 명령한 것인가? 전자라면 신은 선하지 않다. 후자 라면 신은 선과 무관하다.

9. 비거 브라더
   인간의 자유의지에서 자유란 무엇인가? 인간의 행동이 완전히 계산적으로 예측 가능해 진다면 인과과정의 결과인가? 자유의지의 결과인가?

10. 무지의 장막
   존 롤스의 자유주의적 평등주의(혹은 자유주의적 사회주의)에 따르면 진정한 공정사회의 모습 또는 공정한 평가의 기준은 개인의 차이는 허용되지만 가장 가난한 사람을 희생시키지 않는 범위여야 된다. 어찌 보면 옳은 듯 하지만 어찌 보면 현실 불가능하면서 무의미한 논쟁만 불러 일으킨다.

11. 시간차와 정체성
   어릴 때 나와 지금의 나는 동일인인가? 세포는 끊임 없이 재생되고, 그 기억도 변화된다그 답은 관심사에 따라 달라진다. , 물리적 관점이라면 동일하지 않지만 역사적 관점이라면 동일하다고 말할 수 있다.

12. 해변의 피카소
   예술은 원래의 모습 그대로 복원되고 보존하는 것이 예술의 가치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일반적으로 여긴다. 그러나 예술 작품이 천천히 무너지는 그 과정 자체도 행위 예술처럼 예술의 관점으로 가치로운 것이다. 인간과 예술의 가치는 필멸성을 인정하고 그 과정을 경험하는 것에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

13. 내 전공은 빨강
   이원론을 피하려다 물리주의에 빠져들 수 있다. 환원주의에 대한 경계가 필요하다. 지식이란 사물의 존재방식에 관한 것이지 단순히 눈에 보이는 것에 관한 것이 아니다.

14. 돈벼락
   우연한 사건에 의해 타인의 것이 내게 들어 왔을 때 이를 착복하는 것은 절도이다. 그러나 현금인출기에서 100만원을 찾았는데 기계 오류로 10만원이 더 나왔다. 통장의 기록에는 아무런 오류도 없다. 몇 일을 기다려도 은행에서 아무런 연락이 없다. 은행에서는 모르는 듯 하다. 과연 이를 은행에 돌려줄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나의 의도와 무관하게 내게 들어온 돈이고 더욱이 은행은 단돈 10만원이 없어 졌다고 어찌 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그냥 가져도 될 듯 하다. 이러한 경우에 우리 자신의 이익을 정당화하는 이유들은 다른 사람의 이익을 정당화하는 경우 보다 훨씬 설득력 있어 보이기 마련이다. 이런 편견을 제거하기란 상당히 어렵다.

15. 평범한 영웅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일과, 의무 이상의 행동사이에 차이가 있다는 것은 기정사실인듯 하다. 따라서 그 차이를 무시하는 도덕론은 문제가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영웅적 행동(의무 이상의 행동)을 단지 도덕적인 행동으로 간주 한다면 그렇게 행동하지 않은 사람은 모두 비도덕적인 사람이 된다. 분명한 사실은 특별한 노력을 필요로 한다.

16. 거북이 경주
   제논의 역설

17. 정당한 고문
   도심에 폭파장치를 한 테러리스트는 고문을 해도 입을 열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의 죄 없는 아들을 그 앞에서 고문을 한다면 그 테러리스트는 입을 열것이다. 그 행위가 정당한가? 이 난제는 고문을 허용해야 하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무고한 많은 생명을 구하기 위해 고문을 해서는 안된 다는 원칙을 깨고 허용해야 하느냐 이다. 그렇게 해선 안된 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그 선택이 쉽지는 않다.

18. 이성은 열정의 노예인가
   어떤 경우든 합리적인 것이 언제나 올바른 것과 나란히 간다는 낙관론은 오해다. 정말로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것인지 아니면 논리적 결함을 찾지 못한 것인지 어떻게 구분할 수 있겠는가? 국가를 위해 반공사상을 발설한 가족을 당에 고발하는 것이 이성적으로 옳다고 믿는 공산주의 자들을 생각해 보라. 이성의 탁월한 힘을 믿을 수는 있으나 그 탁월한 힘이 요구하는 것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별개이다.

19. 우리 안의 동굴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고 우리 앞에 펼쳐진 인생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 이러한 모습은 정확히 우리가 사회화된 방식과 일치한다. 이는 자신만의 틀을 세우고 그 틀 너머를 보지 않게 되는 것이다.

20. ‘영원한 젊음의 저주
우리가 죽지 않는다면 우리는 행복할까? 죽음이 있기 때문에 우리의 삶이 가치롭게 된다. 내게 시간이 더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버리고 내가 가진 시간을 더 잘 이용했으면 하고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 목차 **

머리말ㆍ지적 유희를 만끽하는 철학 여행

dilemma | 001~020
1. 모든 것은 의심할 가치가 있다
2. 클론의 정체성
3. 끈적끈적한 얼음
4. 디지털 외도
5. 잡아 먹히고 싶은 돼지
6. 확률의 속임수
7. 최선의 선택
8. 신이 선한 이유
9. 비거 브라더
10. 무지의 장막
11. 시간차와 정체성
12. 해변의 피카소
13. 내 전공은 빨강
14. 돈벼락
15. 평범한 영웅
16. 거북이 경주
17. 정당 고문
18. 이성은 열정의 노예인가
19. 우리 안의 동굴
20. ‘영원한 젊음의 저주

dilemma | 021~040
21. 에피페노메널리즘
22. 부자의 비스킷
23. 상자 안의 딱정벌레
24. 사각의 원
25. 뷔리당의 역설
26. 고통의 잔재
27. 행위자와 행위, 결과의 관계
28. 꿈인가, 생시인가
29. 낙태의 도덕성
30. 진짜 기억과 다운로드 기억
31. 모자와 진화의 상관관계
32. 한없이 인간스런 컴퓨터
33. 언론의 자유와 언론 폭력
34. “내 조언자를 비난하시오!”
35. ‘윤리적인인간폭탄
36. 마이너리티 리포트
37. 무어의 돌
38. 나는 뇌입니다
39. 준의 천리안 부스
40. 믿음과 지식의 차이

dilemma | 041~060
41. 경험과 학습 사이
42. 돈을 갖고 튀어라
43. 미래충격
44. 죄수의 딜레마
45. 보이지 않는 정원사
46. 아메바 인간
47. 토끼와 가바가이
48. 사악한 천재
49. 옥스퍼드대학
50. ‘좋은뇌물
51. 매트릭스
52. 산아제한
53. 황산모르핀 20밀리그램
54. 내가 모르는 나
55. 환경론자들의 미래
56. 우주 속의위대한티끌
57. 애완동물과 식용동물
58. 신성한 명령
59. 하늘은 정말 파란색일까?
60. 내 말을 따르시오

dilemma | 061~080
61. 엘비스와 모차렐라 달
62.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
63. 나는 알고 있다, 과연 그럴까?
64. 국제법과 암살
65. 전생의 나와 지금의 나
66. 고흐의 그림과 베컴의 티셔츠
67. 파파돔 역설
68. 이상한 통증
69. 공포! 그 공포!
70. 예고된 기습방문
71. 방임적 안락사
72. 클링곤의 인격에 관한 고찰
73. 박쥐로 산다는 것
74. 물은 물이되, 물이 아니다
75. 투명인간의 반지
76. ‘지식인에게 물어봐
77. 준법과 최선의 행동
78. 신과의 도박
79. 시계태엽 오렌지
80. 가슴과 머리

dilemma | 081~100
81. 베토벤 9번 눈으로 듣기
82. 이웃집 정원의 그늘
83. 공자의 황금률
84. 베토벤과 브리트니 스피어스
85. 프랑스 왕은 대머리
86. 예술을 위한 예술
87. 공정한 불평등
88. 토탈 리콜
89. 죽이기와 죽게 놔두기
90. 오렌지 껍질과 과즙
91. 아무도 다치지 않는다
92. 컴퓨터 정부
93. 좀비와 인간의 차이
94. 모래 한 알의 파워
95. 선과 악의 문제
96. 가족 먼저
97. 폴과 고갱의 차이
98. 행복을 팝니다
99. 전쟁과 도덕성
100. 착취의 공범

옮긴이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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